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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 투자 이야기

증권회사직원이 본 주식투자영화 "작전"


 
  요즈음 개봉하고있는 한국영화중에 주식투자를 소재로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내 흥미를 자극하고 있었는데 봐야겠다는 생각만 있다 어제 그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영화제목은 바로 "작전"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들이라면 아마도 이 "작전"이라는 말이 주식시장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한두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이름을 영화제목으로 내건점도 흥미롭습니다.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이란 "특정인들이 모여서 시세조종을 통하여 불법적인 이익을 얻기위해 하는 불공정거래행위"쯤으로 정의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래에는 영화에 관한 상당한 내용의 스포일러가 있을수 있으므로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읽으시는게 좋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흥미를 끌어 당기는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더군요.... 장하준교수의 베스트셀러인 "사다리 걷어차기"로 얘기를 시작하는것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원래 사다리 걷어차기란 선진국들이 자신들이 경제성장을 하기위해서는 불공정한 경쟁구도와 보호무역을 무기로 성장해서 자신들은 선진국이 되었으면서도 현재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자유무역만이 살길이라고 강요하는 모습이 꼭 자신은 높은곳에 올라가 있으면서 아래에서 높은곳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오르지 못하게 자신이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는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인데 그 이론을 개인들의 자본주의에 적용하여 부자들이 자신들만의 돈버는 방법들로 부를 쌓아가는 모습에 빗댄것이 적절한 비유인것 같습니다.

   영화자체는 주식투자를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수 있을정도로 짜임새가 좋은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쓴 영화평을 보니 주식판 "타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가 맞는것도 같습니다.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주식투자를 투기와 동일하게 생각하여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도박에서 기술을 써서 상대방을 속여 큰돈을 벌려고 한다면 주식시장에서는 작전을 해서 투자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챙기려고 한다는 면에서 상당히 도박과 주식투자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감독이 주식시장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여기저기서 나타납니다. 영화의 발단이 되는 부분에서 개미투자자인 현수가 친구에서 오메가 정보통신을 추천하자 그 소문이 발없는 말이 천리가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여러사람들에게 퍼져 주가가 이상급등하게 되고, 현수가 자기 주식을 매도하여 수익을 올리는 모습이라던지, 대산건설의 작전중에 통정매매가 무었인지를 술잔을 돌리는 것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부분등을 보면 감독이 굉장히 공부를 많이 한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들중에서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이쪽 관련영화로는 마이클 더글라스, 찰리 쉰이 주연을 맡았던 "월 스트리트", 그리고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을 맡았던 "겜블"이라는 영화정도인거 같습니다. "월 스트리트"는 증권회사 직원들을 증권업계로 끌어들이는데 한몫(?)을 한 영화이고 "겜블"은 과거에 유명했던 베어링은행을 파산하게 만들었던 리암 닉슨이라는 트레이더의 실화를 영화한 것입니다.

월 스트리트

겜블



   이런 영화들 보다도 영화적 짜임새나 재미는 휠씬 뛰어난 것 같습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같은 영화들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도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P. S.> 영화는 재미가 있었지만 증권회사에서 브로커업무도 해봤고 대고객 마케팅을 해본 입장에서 영화의 내용중에 현실과는 다른 부분들이 있는것 같아서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영화이다 보니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 또는 재미를 위해서 였을수도 있지만 현실은 정확히 아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영화의 도입부에서 브로커인 조민형이 고객에게 욕을 해서 창구에서 입출금업무를 하다 자신의 작전을 망가트린 사람이 강현수라는걸 알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영업직원과 창구직원들은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아무리 징계성이라고 하더라도 창구에서 입출금 업무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고객의 매매내역을 조회하지도 않습니다.

둘째, 영화에서는 시세조종협의를 모니터링하는 곳이 금융감독원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증권선물거래소에 시장감시팀에서 담당하는 업무입니다. 그리고 거래소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상징후가 발생하게 되면 증권사 컴플라이언스에 요청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셋째, 영화에서는 증권회사 영업직원들이 모니터를 병풍처럼 쌓아놓고 시세를 보는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니터 1~2개로 시세를 보고 주문을 내는 업무들을 처리합니다.

넷째, 영화에서는 통정매매로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나오고 과거에는 실제로 통정매매로 주가조작을 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현재는 시세모니터링이 잘 갖추어져 있어 통정매매을 통한 시세조작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