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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 투자 이야기

어느 데이트레이더의 마지막

   최근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악몽의 연속인것 같습니다. 작년 2080P까지 상승했을때 까지만 해도 장미빛 전망이 가득차서 3000, 5,000P를 전망하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하락장에 꿀먹은 벙어리 처럼 앞으로의 시장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고, 증권가에는 이러한 애널리스트를 조롱하는 유머까지 등장해서 돌아디니고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상청 기상캐스터의 공통점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중계하는 것이 일이다."가 답인 질문이 그 유머의 내용입니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우회적으로 나타내주는 유머인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다시 한번 느끼면서 제가 생각이 난 것은 지난 2003년 당사에서 개최했던 실전투자대회에서 1등을 했던 어느 데이트레이더 였습니다. 실명을 밝히는 것은 문제가 될수도 있을거 같아 이니셜로 그 데이트레이더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S"는 당사에서 개최했던 실전투자대회의 500리그(예탁자산 500만원이상인 고객이 참가하는 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데이트레이더 였습니다. 그는 몇몇 소형사의 실전투자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고 당시 사상최대으 상금을 걸었던 당사의 실전투자대회에도 참가를 했습니다. 예탁자산 500만원으로 대회에 참가하여 10주간의 대회기간동안 그가 올린 수익률은 일반투자자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4,650% ! 즉 500만원의 원금이 10주후에 2억 3천여만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경이적인 수익률은 그때까지 실전투자대회 사상 최고의 수익률이었고 지금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는 신화적인 수익률입니다. 대부분의 실전투자대회의 1위 수상자들이 400~700%의 수익률로 1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S의 수익률은 시장에 대단한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각종 언론매체로 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SBS TV의 저녁 프로그램에 "주식투자의 달인"으로 소개가 되기도 하는 등 그는 하루아침에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것은 물론입니다.

  이러한 그의 영광의 하이라이트는 아마도 당사에서 개최했던 "수상자 투자설명회" 였을 겁니다. 당시 몇명이 참석할지 예상을 못한 우리는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회의장(약 400석)을 빌려 투자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자리가 다 차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리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준비된 좌석은 투자설명회가 시작되기 20분전에 꽉꽉 차버렸고 심지어는 통로에 투자설명회 자료를 깔고 앉아 듣는 사람들로 인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강단에 올라선 "S"는 자신의 매매기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투자담을 이야기 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른 개인투자자들 처럼 아무것도 주식에 대해서 모르고 시작한 주식투자, 그리고 자신의 돈만으로도 모자라 여기저기 친척들의 돈까지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 거의 10억원의 손실을 입고 절망하고, 세상살기를 포기하고 자살하려고 자동차에 뛰어 들었으나 죽지못하고 다치기만한 일, 그 사건이후로 죽기보다는 다시 시작해 보자고 결심하고 청량리 청과물 시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주식투자를 위한 종자돈을 마련하면서 밤에는 주식공부를 위해 피씨방을 전전하면서 모든 종목에 대한 분석을 하면서 주식투자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 이야기, 그리고 막노동으로 마련한 종자돈 2천만원을 가지고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해 친척들에게 진 빚 10억원을 다 갚고 이제는 흑자인생으로 돌아섰다며 굵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 하는 "S"의 모습은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에 감동하며 이제 30대 초반의 S에게서 자신도 S처럼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면서 환호했습니다. S의 매매기법은 지금도 데이트레이더들이 많이 사용하는 "상한가 따라잡기"와 "공시를 이용한 매매"였습니다. "상한가 따라잡기"란 장중 종목들을 감시하다 강하게 상한가에 들어가는 종목을 따라 매수하였다가 그 종목이 상한가가 깨지면 매도하고 나오는 전략이고 "공시를 이용한 매매"란 각종 뉴스를 검색하여 이상하다 싶은 기업들을 골라내고 그 회사의 주담(IR담당자)과의 통화를 통해 그 기업이 호재성 공시가 나올거 같다는 것을 미리 알아내고는 매수하여 공시가 나오게 되면 매도하고 나오는 전략으로 하루종일 시장을 감시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매매기법들이다. 이렇게 매매를 하는 것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데이트레이더는 대부분 전업투자자(특별한 직업없이 주식투자를 통해 생계를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S때문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 치우고 전업투자자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화려하게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S"는 그 이후에도 성공스토리를 계속 이어갔을까?
그랬다면 지금쯤 그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주식부자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10주만에 4,650% 수익률을 올리는 사람이 복리로 투자를 계속했다면 지금은 계산이 안될 정도의 돈을 벌었을 테니까....

  그의 영광의 순간 이후의 이야기는 이렇다. 실전투자대회로 유명해진 그는 국내 유수의 증권사이트에 교육센터를 차려놓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자신의 매매기법을 가르치는 교육사업을 시작했고, 자신의 주식매매도 계속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많이 내기도 하지만 손실을 입기도 한다. 특히 데이트레이더가 2년이상 장기간 일정수준이상의 수익을 내는 사람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증권회사의 온라인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주식투자자들을 보아 왔지만 말이다. "S"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초단기 매매에 집중하던 그는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종목에서 손실을 봤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매매를 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작전에 가담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가 작전에 가담했던 종목은 결국 작전에 실패했고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교육센터에서 교육받았던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종목을 추천했던 그는 금융감독당국에 작전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민사고발을 당하는 처지에 이르면서 서서히 그의 신화는 무너져 가기 시작했고 그의 재산도 다시 거의 빈털털이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뇌리에서 "S"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S의 스토리를 이야기한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 단기 데이트레이딩으로는 절대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주식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이건 거의 100%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재테크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절대로 단기매매를 하지마십시요. 만약 한번의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주식매메에 나선다면 "S"처럼 자신만의 매매기법을 명확히 확립하고 매매에 입하고 1년을 넘게 투자하기 마십시요...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주식투자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둘째, 주식을 공부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명확히 알아야 주식투자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S"가 단기매매를 하기위한 공부가 아닌 주식투자를 위한 공부 즉, 기업의 가치분석과 저평가 종목의 선정방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자신만의 가치투자 원칙을 정립했다면 그때 처럼 단기간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날은 없었겠지만 지금도 훌륭한 투자자로서 시장에 참가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S"는 과거의 손실을 단기간에 만회하기 위하여 위험한 투기의 길로 접어들었고 반짝 성공을 하기는 했지만 이어갈 수 가 없었던 것 입니다.

   최근처럼 어려운 시장에 주식투자를 하고 계신분들이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인거 같아 과거에 썻던 글을 다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