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사는 이야기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그리고 "존버"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혼자서 영화를 보러갔다. 평들이 좋아서 기대하고 있었던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였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스토리가 어떻다는 것과 최민시과 하정우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얘기들은 인터넷을 통해 들었었지만 영화를 보는내내 정말로 내가 80년대 후반에 들어가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연기들을 보였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야 다른 블로그들에서도 다 하는 이야기이니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감독이 의도했다고는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40대가 되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의 치부를 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 최익현은 바로 나의 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어쩌면 다른 사람들, 지금의 청년세대들이 보기에는 나의 모습일수도 있을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 아버지 세대는 최익현과 비슷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최익현은 건달세계였지만 우리의 아버지들은 각자가 일하고 있는 업종에서 최익현과 같은 비겁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결코 우리가 존경한다고 얘기할수 없을 정도로 부정직하고 비겁하게 살면서 자신의 아들은 자신처럼 살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부정직하게 그리고 비굴하게 번돈으로 아들의 성공을 바라면서 말이다. ( 영화 중간중간에 최익현의 가정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대비시켜주기위한 장치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마음을 안다는 옛날 속담이 있듯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최익현의 모습에서 문득 나의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의 슬픈모습을 발견하면서도 그들이 나쁜놈들이라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은 이제는 나도 그들의 행동이 나쁜놈으로 보일지라도 그의 속마음이 어떤지를 느낄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게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요사이 트위터상에서 많이들 쓰고있는 "존버"라는 단어다. 뜻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존나 버틴다"를 축약한 말이다. 고상한 단어로 바꾼다면 "인내"가 동의어 정도 된다고 얘기할 수 있을듯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문득 이 단어가 떠오른 것은 우리 아버지들 그리고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50대의 현재의 아버지 세대들이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사회에서, 회사에서 자기가 속해있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존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버지들의 사회생활의 "존버"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