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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단상

죽기전에 더 늦기전에




죽기전에 더 늦기전에 - 김여환 지음

나의 평가 : ★★★☆


   이 책은 대구에 있는 호스피스병동의 의사인 저자가 5년 동안 8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우리는 흔히 호스피스병동이라고 하면 죽음직전의 환자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죽음을 기다리는 부정적인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 병동은 수동적으로 죽음을 기다리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말기의 암환자라고 할지라도 고통을 완화시켜주고 잘 죽음에 이를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그만큼 죽음이라는 것이 항상 우리곁에 있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에서 가장 공감하는 두가지. 첫째, 사람들은 자신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면 몇 단계를 거쳐서 순응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환자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서 환자에게 그 사실을 끝까지 숨기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고 환자는 끝까지 자신이 어떤상태인지도 모르고 고통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연 환자에게 삶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고통없이 스스로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두번째, 대부분의 보호자와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몰핀으로 고통을 없애는 처방을 하려고하면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몰핀이 마약이기 때문에 중독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환자들에게는 참을수 없는 고통을 없애줄 수 있는 몰핀은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저자의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삶의 마지막을 고통속에서 괴로워하면 마무리 하는 것보다는 몰핀에 의지해서라도 고통없는 상황에서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얻는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죽음의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죽음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또 그 언젠가가 내일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내일, 먼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고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내 자신의 삶도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내일보다 죽요한 것이 오늘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