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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단상

간송 전형필




간송 전형필 : 조선 제일의 수장가 간송의 삶과 문화재 수집 이야기 - 이충렬 지음

나의 평가 : ★★★★


   해마다 봄, 가을로 성북동 언덕배기의 간송 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을 올 봄에 처음 알았다. 미술이나 문화재에 거의 문외한이기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올 봄에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리는데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가 전시된다는 기사를 읽고는 호기심이 생겼다. 


   문외한이긴 하지만 여러 책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미인도"를 실물로 볼 수 있는 기회인거 같아 기사를 자세히 읽어 보니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성북동에 간송미술관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비내리는 어느 봄날 아들내미를 데리고 미술관 나들이에 나섰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서 입장하기를 기다리는 뒷중에 서서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혜원의 "미인도"를 비롯한 조선시대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명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멋진 그림들을 들러보고 나오는 길목에서 미술관의 설립자 동상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 동상에는 "간송 전형필"에 대해서 간략하게 쓰여 있었다.


  이렇게 "간송"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집어들게 된 것이 이 책이다. 그동안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전형필 이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소설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구성해 놓아 몇시간만에 다 읽어 버렸다. 그리고 간송의 삶에 감동을 받아 버렸다. 비록 일제시대이긴 하지만 조선 최고의 갑부로 편히 살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조상들이 물려준 재산을 써가며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그가 문화재들을 수집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진진 했다.


   무엇보다도 간송이 단순히 문화재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세창의 질문에 대해 해답을 찾은 것이기는 하지만 후대에 어렵게 수집한 문화재들을 팔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보화각"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박물관을 만들어 수집품들을 전시할 수 있게 한 것은 그가 그 시대의 수많은 수집가들과는 다르게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문화재를 수집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간송이 각고의 노력끝에 지켜낸 수많은 문화재들이 해방이후에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들만 수십점에 이를정도로 그의 문화재 지키기는 우리 문화지키기에 큰 몫을 담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문화재라 바로 "훈민정음 해례본"이었다. 해례본을 그가 소장하게된 과정은 마치 소설을 읽는듯 흥미진진했다. 그가 해례본의 가치를 알아 보고 제값을 치르고 구입하여 해방이 되기 전까지 소장하게 간직하고 625전쟁이 터져 피난을 갈때도 품에 품고 갔다는 일화는 그가 해례본을 얼마나 아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이런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금의 간송미술관(보화각)이 우리 회화와 문화를 연구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고 회화부분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그림들을 연구하는 "간송학파"가 따로 있을 정도라는 것에서도 간송의 노력이 후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간송 전형필의 일대기. 한국사람이라면 특히 지금 사회 지도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고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쥬가 어떤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