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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단상

그와 나 사이를 걷다 : 망우리 비명으로 읽는 근현대 인물사 - 김영식 저



그와 나 사이를 걷다 : 망우리 비명으로 읽는 근현대 인물사 - 김영식 저
나의 평가 - ★★★★

   망우리. 내가 어렸을때 망우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동묘지로 각종 명절때에 성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의 줄줄이 늘어선 차량들과 한여름에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하던 귀신이야기에 주무대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런 망우리에 2~3년 전엔가 부모님이 산책로를 잘 닦아 놓았다고 바람을 쐬러 가자고 하셔서 그저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따라 나섰다가 산책로를 따라서 서있는 망우리에 묻혀계신 분들의 연보비를 보면서 참 망우리에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했었던 분들이 많이 모셔져 있다는 것을 알고 새삼스레 놀랐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박인환 시인과 만해 한용운 선생의 연보를 보면서 아 이 분들이 망우리에 모셔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니, 만해 한용운 선생을 비롯해서 위창 오세창 등의 민족대표 33인, 우리나라 현대 의료의 효시라고 할 수 있고 우리의 어깨에 선명한 불주사 자국을 남게한 우두법을 처음 시행한 지석영, 영원한 어린이들의 어버이 소파 방정환, 우리나라 문학계와 미술계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박인환과 이중섭 등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당대 각분야의 최고 인물들이 망우리에 모셔져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묘소가 망우리에 있었고 그 이유가 아들과 같이 생각하는 후배 유상규의 옆에 묻어 달라는 유언이 있었기 때문인데 후손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강남을 개발하면서 도산대로의 상징성을 만들기 위해 도산의 유해를 도산공원으로 이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우리의 주변에서 그저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퍼져있는 공동묘지중 대표적인 곳의 하나로만 알고 있었던 망우리공동묘지(지금은 공동묘지가 아니라 각종 공원화 사업들을 통해 "망우리공원"이라고 불리고 있고 중랑구주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를 수십번의 답사를 통해 우리 근현대사의 주역들이 묻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각종 자료들을 조사해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낸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역사에서 많은 교훈을 얻는다. 그래서 역사적 유물이나 역사적 인물들의 묘소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데 유독 우리는 근현대사의 보존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망우리만 해도 우리 근현대사의 주역들의 상당수가 모셔져 있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잠깐 소개되는 이야기이지만 망우리에 묻혀있는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의 묘소에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비해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들의 묘소는 제대로 관리되지모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와 나 사이를 걷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영식 (골든에이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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